정신분열증으로도 알려진 조현병은 환청, 환영, 인지장애 등의 증상으로 대표되는 정신질환이다.
조현병은 우리나라 인구의 1%에 해당하는 50만 명이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리스페리돈(Risperidone), 클로자핀(Clozapine) 등 항정신병제에 의한 증상의 억제만이 가능한 실정이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그동안 증상 억제만이 가능했던 조현병의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KAIST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이도헌 교수 및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진용) 공동연구팀이 미국 스탠리 의과학연구소(이하 스탠리연구소)와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인공지능으로 개인의 유전형과 조현병 사이의 선천적 병리 모델과 조현병 예측 마커를 발굴했다고 27일 밝혔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도헌 교수, 조유상 박사(現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미 스탠리연구소 김상현 박사, 마리 웹스터 박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발간하는 세계적 학술지인 ‘기능유전체학 브리핑(Briefings in Functional Genomics)’지 2023년 9월호에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조현병은 뇌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이 활성화되면, 망상, 환청, 혼란된 사고가 나타난다. 또한, 세로토닌 등 여러 신경 생화학적 변화가 상호 작용을 일으켜 복합적으로 조현병과 관련된다고 추정된다.
이러한 생물학적인 원인에 유전적인 원인, 스트레스 등 심리학적 원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지만, 어느 하나를 꼭 집어 원인 유전자라고 규명할 수 없다. 수 많은 유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거쳐서 한 개인이 조현병에 걸릴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도헌 교수 연구팀은 조현병의 발병 원인에 관해 개인의 유전형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미 스탠리연구소의 다수준 뇌 조직 데이터에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 기술인 ‘설명가능한 심층학습’ 기술을 접목해, 선천적 유전형과 조현병 사이의 병리를 설명하는 인공신경망 모델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 모델을 해석해 선천적 유전형이 유전자·단백질 발현 조절을 통해 뇌의 전전두엽피질, 안와전두엽피질 신경세포의 발생을 변화시켜 조현병 취약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전두엽피질은 전두엽의 기능 거의 모두를 맡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역할을 하는 부분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불필요한 행동을 억제하게 한다. 주로 합리적 판단과 대인관계능력, 실행 능력, 단기기억과 미래계획 기억 등을 담당한다.
안와전두엽피질은 전전두엽피질의 한 부분으로, 이 부분에 손상을 입게 되면 무책임해지고 사회적으로도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되며 실수를 통해 학습하게 되는 기능도 잃게 된다.
이번 연구는 뇌의 신경세포 밀도를 감소시키는 유전형 조합을 조현병 예측 마커로 제시해, 개인화된 조현병 예측과 세포 치료 등을 통한 조현병 원인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도헌 교수는 "바이오의료 분야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인공지능보다는 속내를 해석 가능한 인공지능 꼭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하면서, “기존의 인공지능과 비교했을 때 이번 연구에서는 인공신경망의 중간 노드에 유전자 이름, 세포의 상태와 같은 구체적인 생물학적 의미가 부여된 노드를 배치하고 그들 간의 연결 관계를 기계학습기법으로 분석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도헌 교수팀과 미국 스탠리의학연구소 김상현 박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정상인과 정신질환자의 과도한 면역·염증 반응이 서로 다른 분자 회로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음을 지난 2015년에 규명한 바 있다.
연구팀은 뇌 조직을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법(Next-generation sequencing)으로 비교 분석해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 환자에서 면역·염증 반응이 서로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기존의 방법으로 찾을 수 없던 정신질환의 표적 유전자군을 발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